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잘 읽고 잘 보기4

[책 리뷰]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(박완서) 적당한 무관심이 사람을 살린다 나는 지금도 그때 거기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게 신의 부르심이었다고 생각한다. 언덕방에 들어가자 곧 살 것 같았던 것은 적당한 무관심 때문이었다. 나는 그때까지 24시간 딸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섭섭했지만 그 적당한 무관심이 숨구멍이 돼 주었다. 그렇다고 아주 무관심한 건 아니었다. (중략) 그러나 그 모든 게 적절할 뿐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.(p49~50) 1988년 박완서 작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찾아보니 사랑하는 아들을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참척의 고통을 겪으셨더라.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진 후에 그때의 이야기를 쓴 를 시간 내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그 고통 속에서, 자식을 잃은 엄마를 위로한 건 남은 자식들의 극진한 보.. 2024. 4. 1.
[책 리뷰] 연필로 쓰기(김훈) 늙는 것의 기쁨 너무 늦기는 했지만, 나이를 먹으니까 자신을 옥죄던 자의식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나는 흐리멍덩해지고 또 편안해진다. 이것은 늙기의 기쁨이다. 늙기는 동사의 세계라기보다는 형용사의 세계이다. (중략) 이 흐린 시야 속에서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연히 드러난다. 자의식이 물러서야 세상이 보이는데, 이때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늘 보던 것들의 새로움이다. 너무 늦었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다. 이것은 ‘본다’가 아니라 ‘보인다’의 세계이다. (p74) '늙다'와 ‘젊다’를 사전에 검색하면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. 바로 ‘늙다’는 동사인데, ‘젊다’는 형용사라는 것이다. 전공 문법 공부를 하며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수없이 공부했음에도 여전히 이.. 2024. 3. 17.
[책 리뷰] 어린이라는 세계(김소영) : 어린이를 기다리는 어른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님의 에세이이다. 김소영 작가님처럼 어린이를 대접해주고 기다리는 어른이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해 본다.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말하지 않는 세상 어린이에게 '착하다'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.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기에 세상이 거칠기 때문이기도 하고, 그렇기 때문에 착하다는 말이 약하다는 말처럼 들릴 때가 많아서이기도 하다. 더 큰 이유는 어린이들이 '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'고 생각할 것이 두려워서다. 착하다는 게 대체 뭘까? 사전에는 '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'고 설명되어 있지만, 실제로도 그런 뜻으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. 그보다는 어른들의 말과 뜻을 거스르지 않는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. 그러니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하는 건 너무.. 2024. 2. 18.
[책 리뷰] 싯다르타(헤르만 헤세) : 체득과 사랑, 현재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다. 종교적 색상이 강한 책일 것 같아서 접근하기에 다른 책에 비해 조금 더 어려운 느낌이었다. 하지만 그것은 나의 편견이었고 종교를 떠나 모두가 읽어볼 만한 책인 것이 분명하다. 가르침으로는 알 수 없는 것 : 체득 싯다르타는 세존과의 대화에서 아주 당돌하고 야무지면서도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준다. 싯다르타는 세존의 깨달음을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하면서도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. 그것은 바로 가르침에 대한 것이며, 싯다르타는 진리는 가르침으로 전달할 수 없다고 믿는다. 세존은 제자들에게 존귀한 가르침을 주고자 하지만 그 안에 세존이 내면으로부터 스스로 깨달은 것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. 세존이 제자들을 대신해 침잠을 해주고 구도 행위를 해줄 수는 없다.. 2024. 2. 1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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